2008년 03월 24일
감동을 만들 수 있습니까
[감동을 만들 수 있습니까] wrriten by 히사이시 조
내 직업은 공연 업무를을 위한 행정처리가다.(간혹 '잡부'라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 혹자는 공연기획자 라는 멋진 타이틀을 달아주지만 내가 이 직업을 택하고 나서 진행했던 일들을 주욱 돌이켜보다면 기획이라기 보다는 행정적인 업무 처리를 했던것이 99% 이상이다. 기획이라는 것은 말 그래도, 내가 중심이 되어 無에서 有를 만들어 내는 설계도를 그리는 사람인데 나는 늘 거의 만들어진 밥상 언저리에서 그저 숫가락을 놓고 밥상을 조심스럽게 관객에게 가져가기 위해 부엌문을 열어주는 정도의 업무를 해오고 있다.
왜 그렇게 네 일을 폄하하느냐 하는 사람들도 있을터. 하지만 이게 진실인걸. 화려한 조명과 멋진 배우들 혹은 음악가들에 홀려 선택한 이 길의 실체를 이제서야 깨닫고 나니 그래도 조금은 마음이 편하다. 쓸데없는 환상과 욕심에 더이상 사로잡히지 않아도 좋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여전히 상상을 한다. 어떤 상상? 아주 코딱지만한 무대라도 내가 스스로 만들어 볼수 있는 그런 상상. 그리고 그것이 아이돌이 잔뜩 나오는 대중문화의 무대가 되었건, 훌륭하신 소위 선생님들만 나오는 그런 무대가 되던간에 관객이 감동을 받고 행복하게 공연장을 나서게 하고 싶다. 로비에서 빙그레 만면에 미소띈채 나오는 관객들을 바라보며 그래, 바로 이거야 하는 마음을 느낄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기를 마음 한구석 작은곳에서는 언제나 꿈꾸는 것이다.
감동感動.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세상과 소통하고 공명하는 것, 그것이 예술의 본질이라고 굳게 믿는 내게 자본주의 시대의 예술과 그 예술이 주는 감동의 정의는 소비자의 지갑을 기꺼이 열게 하는 것과 다름 아니다. 예술이 더 이상 나혼자 방안에 앉아 만들고 스스로 감격에 겨워하던 것이 아닌 시대에서는 더더군다나 그렇다.
그 얼마나 영악하고 잔인한 소비자들인가. 그들은 변덕스럽고 또 가볍고 또 가볍다. 그런 그들에게 감동을 주는 것. 그리하여 그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고 지불하게끔 만드는 그것. 바로 그 감동을 줘야 하는 직업을 나는 가지고 있다.
이 책의 저자, 그러니까 나 따위의 풋내기 공연 행정가(혹은 잡부)가 말해 입아플 정도의 명성과 실력을 갖춘 그 유명한 작곡가 히사이시 조가 말하기를, 자신은 작곡자가 아니라 컴포저, 단순히 음악을 구성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예술가가 아니라고 했고.
그는 지극히 비지니스의 세계에 살고 있었다. 그 누구보다도 그 자신이 그 현실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그럴법하다. 미디어 자본의 최전선에서 그는 음악으로 승부를 걸고 있었고 15초의 미학CF, 수천억의 자본이 춤을 추는 영화 등등 그는 늘 진검 승부를 한다고 했다. 왜 아니었을까. 최고의 고수들만이 살아남을수 있는 곳에서 최고의 고수와 함꼐 일하는 것은 결코 친분 혹은 과거의 명성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님을. 일본 최고의 애니메이션 감독 미야자키 하야오와의 관계가 내가 생각했던 만큼의 우정, 교감 따위의 '따뜻한' 단어들만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님을 이제서야 깨닫고 아찔하기까지 했다. 프로페셔널의 세계는 이런것이구나.
only one을 추구해야 한다고 하는 그가 거만하지도, 위압적이지도 않았다. 왜? 실제 치열한 예술과 비지니스의 경계선에서 아슬아슬한 외줄타기를 하며 살아 남은 당사자가 이왕지사 시작했으면 끝이 어찌 되던지간에 정상을 향해 도전해야 한다고 하는 말은 진리이며 기본 원칙이기 때문이다.
학부시절 줏어들은 어줍잖은 지식 나부랭이로 경영학과 전공이라고 허세를 부리던 나에게 그는 그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싸우며 이겨낸 경험담을 통해 진정한 비지니스 마인드와 최고가 되기 위한 모습을 알려주고 있었다.
절대 문장이 화려하지도 않고 또 입이 떡 벌어지게 완벽한것도 아니다. 잘 할줄 아는것은 음악이고 그 길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른 사람이 솔직 담백하게 써 내려간 일에 있어서의 원리/원칙의 책. 현장의 땀방울과 치열함이 오롯히 담겨있는 문장이기에 더 값어치가 있는 그런 글들.
감동을 만들 수 있습니까.
YES 라고 당당하게 답변을 할수 없는 나는 그래서 아직 기획자가 아닌 행정처리가인가 보다.
그리고 이제는 뭔가 결정을 내려야 할 때-
# by | 2008/03/24 16:33 | 백조의 발버둥 현장 | 트랙백 | 덧글(2)



